기업이 벌어들인 돈은 누구의 것일까?
제가 사는 동네에 장사가 아주 잘 되는 카페가 있습니다. 단골손님으로 늘 북적이는 카페를 보며 문득 '저 카페 사장님은 한 달에 얼마나 벌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장사가 잘되는 카페나, 손님들이 줄을 서는 음식점을 보면 한 번쯤 생각해본 적 있을 겁니다. 아마도 장사가 잘되는 그 업장의 사장님은 재료비와 인건비, 가겟세 등을 제외하고 순수익을 가져갈 겁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은 다 누가 가져갈까요? 여기서 '벌어들인 돈'이라는 것은 순수익을 이야기합니다. 원자재와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을 제외하고 벌어들인 돈. 일반적으로 EPS(Earnings Per Share, 주당순이익)가 가장 많이 보는 지표입니다. EPS(주당순이익)란 기업의 순이익을 유통 주식수로 나눈 액수입니다. 처음 보시는 분들은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전체 순이익이 100만 원인데 주식수가 10개라면 EPS는 10입니다. 전체 순이익만으로는 정확한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통되는 주식수로 나누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 상장된 기업이 실적을 발표하는 경우 가장 먼저 발표하는 것이 총매출과 주당순이익입니다. 이 두 가지만 보아도 영업실적의 흐름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든 장사가 잘 되는 카페에서 순수익을 사장이 가져간다고 했습니다. 만약 그 카페를 창업할 때 사장을 포함해 친구들이 각각 똑같이 혹은 다른 금액을 투자했다면 순이익을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같은 원리로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벌어들인 돈, 그중에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은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이야기가 미국의 S&P500이 우상향 하는 이유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달러는 기축통화이다.
2. S&P 500의 기업은 미국에 상장된 5000개가 넘는 회사 중 가장 우량한 회사들로 선별하며 수시로 바뀐다.
3. 전 세계를 상대로 독점적 지위를 선점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4. 401k 연금제도. 미국은 국가가 주도하는 직장가입 연금을 주식으로 한다.
5. 미국의 기업환경과 정책 : 물적분할과 오너리스크에 관한 법적 제재
6. 주주환원 : 미국은 순이익 대비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환원율이 90% 정도(한국은 28%)입니다.
7. 화폐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물가(자산의 가격)는 계속 오른다.
S&P500 기업의 분기별 자사주 매입 규모
미국의 기업은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준다. feat.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Buyback)
미국 기업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그것은 수치로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주가가 좋았던 미국의 2021년 3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는 전년대비 130% 이상 증가한 2,307억 달러였습니다. 자사주 매입(Buyback)이란 기업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자사의 주식을 기업의 자금으로 사들이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자기 주식을 직접 사들여 없애면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당 가치가 상승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주가를 부양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합니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거나 순이익이 커져 잉여현금이 많아질 경우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사주 매입뿐만 아니라 S&P500 기업의 배당성향 또한 평균 40% 정도입니다. 배당성향은 당기 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나가는 비율을 이야기합니다. 배당성향뿐만 아니라 배당을 분기별 또는 월별로 자주 나눠서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현금흐름을 창출하기에도 용이합니다. 실제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 중에는 '매달 월급 받는 것 같이 구성하는 배당주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한국 주식의 경우 대부분 1년에 한 번 또는 두 번에 나눠 배당하는 경향이 있어서 매달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주환원율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주주환원율이란 자사주 매입 규모를 순이익으로 나눈 값에 배당성향을 더한 값입니다. 이론적으로 복잡하다면 순이익 중에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돈의 비율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국가별 주주환원율 표
미국은 주주환원율이 거의 90%에 달합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으로 순이익의 대부분을 주주에게 환원합니다. 시총 1위의 애플은 10년간 평균 117%의 주주환원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100%가 넘는 주주환원율은 투자자들에게 축복과도 같습니다. 정말로 내가 회사의 주인이 된 것 같은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기업분할과 재상장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최근 몇 년간 한국 주식시장의 이슈 중 하나는 물적분할이었습니다. LG화학에서 LG에너지 솔루션이 분할한 것을 시작으로 도를 넘은 카카오의 쪼개기 상장은 주주들을 화나게 했습니다. 회사들의 지배구조 역시 복잡합니다. 자기업이 모기업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완전히 다른 사업을 하는 기업끼리 서로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보니 온전히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경우 물적분할을 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하면서 부실사업을 정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법적으로도 물적분할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모회사와 자회사가 지분관계로 얽혀있지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모.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만약 미국에서 한국처럼 기업을 분할하고 재상장한다면 주주들에게 천문학적 비용의 소송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더해 대기업들은 대부분 오너의 가족들이 승계받거나 나눠서 경영합니다. 실력과 비전 있는 CEO가 이끄는 미국의 기업들과는 문화가 많이 다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너 일가가 갑질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 간의 지분경쟁에 분식회계까지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업 외적인 이슈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기업들은 아직 주주중심이 아닌 기업 편의 중심의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에 대한 대답으로 한국에서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다'라고 대답하면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방금 이야기했던가요? 애플의 평균 주주환원율이 117%이고 마치 내가 회사의 주인이 된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고 했습니다. 너무나도 대조적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지 투자를 하는 개개인의 영역을 넘어서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만들어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이러한 기업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때문에 그 누구도 한국의 기업을 가치로 투자하지 않습니다. 수익률이 나오면 얼른 익절 해야 합니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데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외국인들은 공매도로 공격하고 환율이 올라가면 자판기처럼 달러를 빼갑니다. 결국 한국 기업들의 주가는 실적과 관계없이 움직이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한국 주식에만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 '주식은 우상향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갸우뚱합니다. '박스피'를 오래 겪어왔다면 주식은 줄 때 팔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기업의 가치는 무엇이고 주주는 기업에게 어떠한 존재인가에 관해 거창하게 생각했던 걸까요? 아니면 주식이란 아무래도 상관없이 돈을 따러 들어가는 합법적 도박장 같은 것이었던 걸까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미국의 S&P500이 우상향 하는 이유 - 조금 더 근원적인 화폐의 가치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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