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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S&P500이 우상향하는 이유 - (5) 통화량증가와 물가, 그리고 자산가격

by 은둔의 기록가 2022.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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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새우깡의 가격은 100원이었습니다.  현재 새우깡의 가격은 1300원 정도입니다. 38년간 열세 배가 올랐습니다. 새우깡만 오른 것이 아니겠지요. 1980년 300 원하던 자장면 가격은 지금 6000원 정도로 스무 배가 올랐습니다. 우리가 먹고 사용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비싸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가격이 오를 거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닭 한 마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닭 한 마리인데 가격은 계속 오릅니다. 이것은 학교에서 배운 수요와 공급의 법칙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예전보다 새우깡을 더 많이 먹게 되고 짜장면을 하루 세끼 먹게 되어서 가격이 오른 것은 아닙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아니라 닭 한 마리의 가치보다 돈(현금)의 가치가 더 많이 떨어졌다고 해석해야 합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나머지 것들의 가격은 상승하게 됩니다.  

 

종이로 만들어진 '돈'에 관한 불편한 진실

여기서부터는 '돈'이라는 재화를 조금 다른 개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돈을 '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가치를 저장하는 종이'로 보는 것입니다. 새우깡, 치킨처럼 '화폐'를 똑같은 하나의 재화로 보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새우깡의 양이 열 배가 늘어나면 어떨까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닭을 키워서 지구상에 닭이 집집마다 열 마리 이상 있으면 닭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요? 하늘에서 비처럼 돈이 내려와 이 세상에 '돈'의 양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수십 아니 수백년에 걸쳐 화폐의 가치는 떨어져 왔습니다. 본격적인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이전 시대인 로마에서 조차 주화에 금과 은의 함량을 줄여서라도 주화를 찍어냈고 현대사회에 종이로 만들어진 화폐조차 그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그 가치는 떨어집니다. 

 

아래 그래프 두개는 달러 가치의 변화입니다. 좌측은 13년간의 변화이고 우측은 21년간의 변화입니다. 길던 짧던 달러의 가치는 우하향하고 있습니다. 13년간의 그래프와 21년간의 그래프 두 개를 보여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2008년을 살펴보겠습니다. 리먼사태 이후 잠시 달러의 가치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21년짜리 그래프로 길게 보면 달러의 가치의 굴곡은 작아지고 대세적으로는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100년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낸 그래프(아래)를 보겠습니다. 

 

 

[1913년 - 2020년 달러의 가치]

 

하락하던 달러의 가치는 1929년 세계 경제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잠시 올랐다가 현재까지 다시 하락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1달러로 1913년에는 초콜릿 30개를 먹을 수 있었고 1929년에는 휴지 10 롤 살 수 있었습니다. 1933년에는 1달러로 맥주 10병을 살 수가 있었습니다. 아까 새우깡과 짜장면으로 예를 들었듯이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라면 물가가 오르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눈치 채셨나요?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라면 '물가가 오른다'라는 말은 경제성장을 위해서 화폐를 계속해서 찍어낸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물가가 오르지 않는 일본같이 예외적인 나라도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다루겠습니다.) 

 

빚을 권하는 사회. 통화량이 열 배가 늘어나는 마법

이제부터 '금융 자본주의'와 '통화량'에관한 이야기를 아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돈'이라는 것을 말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지폐나 동전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돈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돈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은행에 보관되거나 시중을 떠돌고 있습니다. 

 

A은행에 홍길동이 예금해놓은 100원이 있습니다. 사업가 철수는 은행에서 100원을 대출받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공장을 돌리고 직원들을 고용합니다. 철수는 열심히 돈을 벌어 이자를 포함해 우선 50원을 은행에 갚습니다. 그럼 은행은 철수에게 돌려받은 50원을 카페를 창업하려는 영희에게 다시 대출해줍니다. 영희는 50원으로 카페를 차리고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합니다. 

 

철수에게 받은 돈을 영희에게 다시 대출해줬으니 은행에는 돈이 없습니다. 그런데 예금주 홍길동의 통장에는 100원이 그대로 찍혀있습니다. 시중에는 철수 50원 영희 50원, 총 100원이 돌고 있고 홍길동도 통장에 100원의 예금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초 돈의 총량은 100원이었는데 대출을 통해 시중의 돈이 200원이 되는 마법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통화량이 두배 불어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은행은 정부에서 정해놓은 지급준비율만큼의 돈을 남겨두고 나머지를 대출해줄 수 있습니다. 뱅크런(모든 예금주들이 돈을 동시에 찾아가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은행에서는 일정한 예금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대출해주더라도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5000원을 A은행에 대출해줍니다. 철수는 A은행에서 5000원을 빌려 원자재를 삽니다. 원자재상 민수는 5000원을 벌어 1000원을 생활비로 두고 4000원을 다른 B은행에게 예금해둡니다. B은행은 지급준비율 10%를 제외하고 3600원을 영희에게 빌려줍니다. 영희는 3600원으로 커피머신을 사고 커피머신 사장은 3600원을 벌어 600원을 생활비로 두고 3000원을  C은행에 저금합니다. C은행은 10%를 제외하고 2600원을 또 다른 사람에게 빌려줍니다. 이러한 흐름이 D은행, E은행.... 반복됩니다.

 

대출해준 돈이 예금으로 다른 은행으로 들어가고 그 돈이 다시 대출로 나오고 그돈은 다시 또 다른 은행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반복되면 처음 발행한 5000원이 시중에서 열 배가 불어나 5만 원이 되어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화폐를 찍지 않아도 통화량이 늘어나는 현대 자본주의의 마법입니다.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돈은 계속 찍어내야만한다?

중앙은행은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상황에 따라 이자율 조정과 화폐 발행을 통해서 통화량을 조절합니다. 이렇게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는데 계속해서 통화량이 늘어나기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정부와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돈을 찍어내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시스템에 관해 풀어보겠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섬에 은행 A와 시민 B, C, D 네 명이 살고 있다고 가정해봅니다. 은행 A는 100만 원을 발행합니다. 이 돈을 시민 B가 5%의 이자율로 대출받습니다. 1년 뒤 105만 원으로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 B는 빌린 100만 원으로 C에게 배를 한 척 사서 낚시를 합니다.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 C에게 팔아 돈을 벌었습니다. B는 1년 뒤 105만 원을 갚을 수 있을까? 갚을 수 없습니다. 섬에 존재하는 돈은 시민 C가 가지고 있는 100만 원이 전부입니다. 이자 5만 원은 애초에 존재하지가 않습니다. 통화량이 부족해서 물고기가 남았는데도 5만 원을 더 벌 수가 없습니다. 5만원을 더 벌어서 은행에 갚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돈을 찍어내는 것입니다. 은행에서 5만원을 찍어내서 D에게 대출해줍니다. B는 D에게 물고기를 팔아 이자 5만원을 은행에 갚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에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D는 5만 원의 원금과 이자는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시민 B와 C는 가지고 있는 돈이 없습니다. 은행에서 누군가에게 또다시 대출을 해주고 그것을 D가 벌고 이자를 갚아야 합니다. 지금의 예는 작은 섬에 시민 4명으로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수많은 은행과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결국 '빚'때문에 계속 돈을 찍어내는 것입니다. 애초에 이자는 현재의 통화량에서는 없는 숫자입니다. 은행은 이자를 받기 위해 돈을 더 찍어내야 합니다. 만약 돈을 찍어내지 않고 멈춘다면 누군가는 이자를 갚을 수 없게 되고 파산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 파산하는 사람은 수입이 적고 취업이 힘든 취약계층일 것입니다. 바로 '이자율의 패러독스'입니다.

 

 

때문에 현대 자본주의는 마치 마약중독자처럼 통화량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어마어마한 돈을 풀었고 그것은 마약중독처럼 다음 위기에는 더 많은 돈을 풀지 않으면 경제가 말을 듣지 않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위의 표에서 보듯 2008년 금융위기 당시 6년간 약 3조 7천억 달러(4000조 원)를 풀었는데 코로나 당시에는 겨우 10개월 만에 금융위기 때보다 많은 5000조를 넘게 뿌렸습니다. 

 

 

화폐의 몰락이 가져온 자산 가격의 상승 그리고 S&P500의 우상향

2022년은 역사적인 금리인상이 있었던 한해였습니다. 막대한 돈 풀기의 부작용으로 생겨난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미국 연준은 자이언트 스탭(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무려 4번이나 했습니다. 금리의 인상은 일시적으로 시중의 돈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듯 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돈 찍어내는 일을 멈춘다면 누군가는 파산하게 됩니다. 결국 어떠한 핑계로든 경제가 망가지기 전에 금리인상을 멈추고 돈 풀기는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빚을 지고 돈을 갚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이자율의 패러독스'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리키는 한 가지는 자산 가격의 상승입니다. 

 

 

"10년 후에 치킨 가격이 오늘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현금을 들고 있어도 된다. 10년 후 치킨 가격이 오늘보다 비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현금을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달러의 가치와 주식의 가격은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이것은 100년이 넘는 자본주의의 역사입니다. 서두에서 우리는 '돈'이라는 개념을 바꿔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현금은 구매력을 잠시 보관하는 종이입니다. 우리는 미래에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을 갖고 있을 것인지 미래에 가치가 더 커질 자산을 가지고 있을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미국의 S&P500이 우상향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총 5번에 걸쳐서 알아보았습니다.

은둔의 기록가는 주식에 갓 입문하시거나 막 시작한 주린이 들에 게 더 재미있고 알기 쉽게 경제 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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