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은둔의 기록가입니다.
주식투자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이야기 '장기 투자하면 정말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두 번째 시간입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장기투자가 무조건 답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코스피 2000년도에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에서 2022년도에 시총 상위 10안에 살아남은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의 이야기를 하다 말았죠? 이렇게 장기투자로 돈을 버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 데도 그는 늘 '장기투자'를 하라고 말합니다. 그의 유명한 명언 중에 '10년간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장기투자에 관한 답을 알고 있을까?
우리는 '장기투자'라는 단어를 잘못 알고 있다. 장기투자에 관한 오해들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습니다. 하락장이 끝나고 상승장이 시작되면 워런 버핏을 비웃으며 새로운 투자의 대가들이 나타나지만 하락장이 오면 여지없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버핏은 주식시장이 거품과 함께 솟아오를 때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미래를 내다보기라도 하는 걸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버핏의 과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는 어떤 기업을 사서 보유했을까요?
워런 버핏의 1995년 포트폴리오
워런 버핏의 2022년 포트폴리오
의외로 코카콜라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제외하면 장기투자를 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IBM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고 팔았다는 일화 역시 유명합니다. 현재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도 2016년부터 사들였습니다. 만약 워런 버핏이 장기투자의 대명사라면 '장기투자'의 기준을 다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조건 한 종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랜 기간 들고 가는 것은 '장기투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기억해야 할 대목은 있습니다.
1995년과 2020년 모두 익숙한 기업들이 포진해있습니다. 테슬라 같은 혁신기업이나 구글, 메타같이 미래를 바꿀만한 대단한 기업은 없습니다. 엄청난 통찰력과 천재적인 시각으로 숨어있는 최고의 기업을 찾아내야 수십 아니 수백 배 차익을 남기는 것은 아닙니다. 2020년 캐시 우드(Catherine D. Wood)가 혁신기업을 찾아 만든 ARKK라는 ETF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ARKK ETF의 주가는 현재 고점 대비 -76%입니다. 심지어 ARKK는 이전부터 있어왔던 ETF였습니다. 거품을 타고 빠르게 상승하면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그리고는 빠르게 거품은 빠져나가고 타이밍을 놓친 개미들은 '강제 존버'의 길로 접어듭니다.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는 혁신기업도,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도 없습니다. 어떤 주린이들이 포트폴리오라고 커뮤니티에 올려도 믿을 만큼 쉽고 간결합니다.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어떻게 장기투자를 해야 할지 힌트를 얻어보겠습니다.
코카콜라 주가 차트
가장 오랜 기간 버핏의 포트폴리오에 있는 코카콜라를 보겠습니다. 1988년 버핏이 코카콜라를 처음 보유한 가격은 2달러대입니다. 1998년인 10년 만에 40달러가 되었고 20배의 차익을 남겼습니다. 이후에 1998년부터는 다시 오랜 기간 하락한 후 2013년에야 다시 40달러를 회복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투자자들 중에서 40달러를 찍은 이후 다시 같은 가격을 회복하는 15년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또한 2013년 원금을 회복했을 때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해서 60달러를 볼 수 있는 투자자들은 얼마나 될까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주식을 바라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코카콜라의 배당률은 약 2.9% 정도입니다. 한국에 있는 4대 은행 예금 금리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버핏의 코카콜라 배당률은 50%에 육박합니다. 즉, 2년마다 투자한 원금을 배당금으로 받고 있습니다. 21조를 투자했는데 매년 배당금으로 10조 원을 받고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지난 60여 년간 매년 배당금을 인상했습니다. 닷컴 버블에도, 리먼사태 때도, 코로나 대폭락장이 와도 배당을 줄이지 않았습니다.
* 버핏이 2년마다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를 알기 위해 우리는 '배당성장'과 '복리' 두 가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 배당 성장과 복리에 관한 이야기는 추후에 포스팅으로 한번 다루겠습니다. <
장기투자의 비밀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다시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겠습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쉐브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등.. 애플까지 모두 배당을 주는 기업입니다.
타이밍(market timing)이 아닌 시간(time in market)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투자다.
타이밍(market timing)이 아닌 시간(time in market)에 투자한다는 말은 단순히 적당한 기업을 무작정 오래 보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포트폴리오에 있는 기업들은 모두 배당을 주는 기업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거기에 공통점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소위 '가치주'라고 불리는,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기업들,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을 파는 기업들입니다. 테슬라, 아마존, 메타, 넷플릭스에 투자하는 일은 멋져 보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코카콜라나 쉐브론, 은행 같은 기업에 투자한다고 이야기하면 주변에서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빠르게 부자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베스트입니다. 적은 확률로 빠르게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느리게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을 택하는 것이 장기투자입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변동성이 작은 회사일 것.
두 번째는 가격 결정력을 가진 회사일 것.
세 번째는 배당으로 현금을 창출할 것.
1. 변동성이 크면 타이밍에 기대게 됩니다. 2020년 코로나 직후 유동성으로 인해 모든 자산이 급등했습니다. 사람들은 폭등하는 주식에 올라탔고 당시 저평가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워런 버핏은 구시대 인물로 취급받았습니다. 2022년 현재 금리인상과 함께 모든 자산들은 원래의 기업가치에 수렴하고 있습니다. 시총 상위에 포진해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반토막 나기도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신고가를 경신하거나 근접해있는 주식들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변동성이 큰 주식에서 저점과 고점을 찾으려 애씁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에 매몰되어있습니다. 처음에는 장기 투자하겠다고 마음먹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갑니다.
손실회피 성향과 음의 복리 때문입니다. 손실회피 성향은 10%의 이익 이주는 기쁨보다 10%의 손실이 주는 상실감을 훨씬 크게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똑같은 10%의 숫자이지만 인간의 감정은 이것을 다르게 느끼고 손실에 더 흔들립니다. 변동성이 크면 버티기 힘든 이유입니다. 또한 음의 복리도 멘털을 흔드는 요소입니다. 만약 내가 주식을 산 뒤 -50%가 되었을 경우 다시 본전이 되려면 +50%가 아닌 +100%를 상승해야 합니다. +100%라는 수치는 현재 가격에서 두배가 올라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주식에서 단기간에 두배를 버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두배를 벌어도 본전이라니 마음이 흔들립니다. 원하지 않는 시간을 버티는 것은 장기투자가 아닙니다.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하락장을 맞이한 이후 다시 본전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변동성이 큰 종목으로 장기투자를 하려면 멘털이 아주 강해 야할 겁니다.
2. 존슨 앤 존스, 맥도널드, 코카콜라 등과 같은 가치주들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주식입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불황이 와도 감기에 걸리거나 머리가 아프면 진통제를 먹습니다. 햄버거를 먹을 때 콜라 값을 아끼려고 물을 마지 지는 않을 겁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불황이 오면 가격을 올릴 수 있습니다. 콜라 값을 올려도 소비자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사서 마십니다. 필수 소비재들은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주가 창을 자주 바라보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우리가 전문 투자자가 아니라면 더더욱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주식들이 장기 투자에 적합합니다. 우리는 직장에 나가야 하고, 장사를 하고, 아이를 키웁니다. 주가의 흐름에 우리의 일상이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주객이 전도되면 본진이 흔들리게 되고 삶은 힘들어집니다.
3. 장기투자에는 배당금을 주는 기업이 좋습니다. 배당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다시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기나긴 불황과 하락장을 만났을 때 투자자들은 현금 부족 때문에 추가 매수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배당을 받게 되면 현금이 창출되기 때문에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도 있고 다시 재투자해서 복리효과를 노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배당금의 액수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다시 시간에 투자해야 합니다. 매년 배당성장을 해주는 기업을 찾아내야 합니다. 배당을 매년 10% 인상해주는 기업이 있다면 6-7년이면 배당률이 두배가 됩니다. 그 이후에는 복리효과로 6,7년마다 배당률이 4배, 8배, 16배로 뛰어오릅니다. 이 과정은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며 고된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내의 시간을 이겨내면 워런 버핏의 코카콜라만큼은 아니어도 원금대비 10%의 배당률은 가능합니다. 비록 지금은 배당률이 은행 이자보다 낮은 종목일지라도 예금보다는 주식에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장기투자는 느리지만 결국 승리하는 전략입니다. 물론 테슬라나 아마존에 확신을 가지고 10년 이상 보유해서 10배를 버는 것도 훌륭한 투자입니다. 단기투자와 장기투자 중에 어떤 투자가 더 현명한 투자냐 하는 것을 찾기 위해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수백 번 들어왔던 '장기투자를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이야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투자에 정답은 없기에 한 가지 방법만을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주식으로 타이밍에 기대어 단시간에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내 친구도, 형제도 옆집 아주머니도 부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장기투자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장기투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공부해야 합니다. 장기투자가 가장 쉽다고 생각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입니다.
장기투자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에 장기 투자해야 할까요?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워런 버핏도 손실을 보고 판 기업이 있습니다. 신이 아닌 이상 100% 성공하는 투자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확률을 높일 수는 있을 겁니다. 물론 단기가 아닌 장기투자에서의 확률 말이죠. 워런 버핏을 통해 장기투자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들었으니 한번 더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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